잡다한 김겐찬 블로그

생각

멀티 플랫폼 게임의 이중 구매에 관하여

김겐찬 2021. 1. 30. 04:57
반응형

 어느정도 인기가 받쳐 주어 수요가 예상되면서 동시에 제작자(또는 팀, 회사)가 제작할만한 여력이 될 때 같은 게임이 여러 플랫폼(이 글에서 말하는 플랫폼은 윈도, 안드로이드, 스위치 등의 운영체제나 기기에 관련된 것임)에 서비스되는 경우가 있다. 당장 내가 하는 게임 중에서만 살펴 봐도 여러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멀티 플랫폼 게임이 다수 있다. 오버워치는 윈도와 PS4, 스위치, XBO에서 플레이할 수 있고 문명 6는 윈도, 맥은 물론 리눅스 환경인 우분투도 지원하고 콘솔인 PS4와 스위치, XBO, 모바일인 iOS에 이어 최근에는 안드로이드에까지 포팅되는 등 많은 플랫폼에 출시됐다. 큰 회사의 게임 뿐만 아니라 스타듀밸리같은 인디게임도 PC, 콘솔, 모바일을 넘나드는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기도 한다. 어떤 게임들은 단순히 여러 플랫폼에 따로 출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연동되기도 한다. 그 예로 하스스톤을 들 수 있다. 같은 계정으로 로그인한다면 내가 안드로이드 폰에서 하스스톤을 플레이하든 윈도우 노트북에서 하스스톤을 플레이하든 화면 크기와 터치스크린 유무에 따른 UI 차이를 제외하고는 게임 경험에 큰 차이가 없으며 인게임 재화나 진행 상황, 멀티플레이 랭크 등이 계정에 귀속되어 완벽하게 연동된다. 게임이 여러 플랫폼에 서비스된다면 하스스톤처럼 연동되도록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게임이 유료일 때 발생한다. 내가 스팀에서 문명 6를 구매해서 윈도 환경에서 즐기다가 아이패드가 생겨서 아이패드에서도 플레이하고 싶어졌다면 아이패드에도 문명 6를 설치해야 한다. 아이패드에서 문명 6를 설치하려면 앱스토어에서 문명 6을 구매해야 한다. 나는 문명 6을 샀는데 또 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컴퓨터 앞에 앉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고 한두시간 할 게임도 아니라 그냥 샀다.. 예시로 드는 경우 같이 얘기를 했지만 사실은 실화였음을 밝힌다 ㅋㅋㅋ

 이 경우에 내가 이중으로 지불하는 돈은 얼마일까? 그걸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게임을 구매하는 가격이 어떻게 이루어진 가격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우선 우리는 게임에 돈을 지불할 때 그 게임이 가지고있는 자체적인 컨텐츠에 대한 가격을 지불한다. 게임에 들어간 하나하나의 그래픽과 스토리, 음성, 텍스트,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 모든 경험에 대한 값이다. 그리고 이 게임이 우리 눈 앞의 전자기기에서 하나의 플레이 가능한 프로그램으로써 돌아가게끔 만드는 개발에 들어간 값이 있다. 그 외의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 회사와 직원들이 가져가는 마진 등등의 기타 비용이 있겠고 온라인 게임인 경우에는 서버의 유지관리비, 부분유료화 게임인 경우에는 인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이나 재화 등의 고려할 사항이 많겠지만 지금 예시로 다룰 문명 6는 게임+DLC로 이루어진 싱글플레이 위주 게임이니 자잘한 건 기타 비용으로 취급하겠다. 나는 문명 6를 구매하면서 컨텐츠+개발+기타에 대한 가격을 지불한 것이다.

 이제 내가 이중으로 지불한 돈을 알 수 있다. 컨텐츠와 기타비용을 두 번 지불했다. iOS 버전 문명 6는 스팀 버전 문명 6보다 그래픽이 딸리고 버그 수정 등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은 제쳐 두고 우선은 같은 완전히 게임을 즐기면서 그 컨텐츠와 기타 항목에 대한 비용은 이중으로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산 게임을 여러 플랫폼에서 플레이하고 싶다면 그 플랫폼에 포팅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만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소리인가 싶다면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게임에 대해 두 번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게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안다. 스팀이랑 앱스토어가 손을 잡을리도 만무하고 수없이 다양한 게임만큼 게임 판매처가 존재하고 그 중 어느 판매처도 다른 판매처에서 이미 게임을 구매했다고 해서 여기서는 사지 않아도 됩니다 하려는 곳은 없을테니. 심지어는 플랫폼을 넘어가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스팀에서 판매하는 윈도 버전 문명 6와 에픽게임즈에서 판매하는 문명 6는 따로 사야 한다..

 

 제작사에서 게임 판매를 직접 하면서 멀티플랫폼 이중 구매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거나, 서로 다른 판매처에서 구매했더라도 구매를 인증할 수 있다면 다른 플랫폼에서의 유료 컨텐츠를 언락해 주거나, 아예 하나의 판매처에서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거나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중 구매의 억울함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후에 해결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나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플랫폼마다 그 플랫폼에 맞는 판매처가 있고 같은 플랫폼 안에서도 여러 판매처가 있을 수도 있어서 멀티플랫폼 이중 구매 문제는 얽히고설켜 해결하기가 까다로운 문제이다. 게임을 애정하고 플랫폼을 넘나들며 게임에 쏟는 시간이 많은 유저일수록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정말 마음 아프다. 멀티 플랫폼 구매시의 이중 비용 지불 문제 말고도 구매 이후 플레이할 때에 게임 진행 상황이 연동되지 않는 문제나, 애초에 특정 플랫폼의 유저들은 호구가 될 수 밖에 없는 문제도 큰일이지만 너무도 만연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게임업계의 전체적인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아서 유저는 오늘도 암울하다.

반응형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제나 그 자리에?  (0) 2020.12.29